지난 2004년 주5일제가 시행됐을 때, 모두가 혼란스러웠다. 주5일제는 고 김대중 전 대통령의 대선 공약으로 시작해 1998년부터 본격적으로 추진했으나 도입되기까지 무려 6년이 걸렸다. 그 과정은 지난했고, 갑자기 휴일이 2배로 늘어난 대중도 정작 ‘뭘 하나?’ 우왕좌왕했다. 2000년대 이후 영화 시장이 급격히 성장하고 각종 지원책을 기반으로 문화 전반이 꽃을 피운 것도 주5일제 시행과 맞물린다. 시간적 여유가 생긴 대중을 끌어안기 위해 문화 산업이 발달한 셈이다. 인류는 또다시 일할 기회를 잃을 위기에 놓였다. 기술의 발달은 인공지능(AI)의 현장 배치를 현실화했고, 인간의 자리를 AI가 대신하기 시작했다. 뒤집어 생각하면, 일하는 게 미덕이던 시대를 지나 이제는 ‘어떻게 즐길 것인가?’를 고민해야 하는 시대다. 게다가 평균 수명도 증가했다. 은퇴 후 일하지 않는 삶까지 계산해야 한다. 평균 수명이 40~50세였던 19세기 철학자들의 지침으로 인생을 재단할 수 있는 시대가 아니라는 의미다. 그들은 70~90세까지 살아본 적도 없지 않나? 그래도 몇몇 책과 영화를 살펴보면 인간은 꽤 미래를 잘 예측하고 대응해온 것 같다. 1968년 개봉된 ‘2001 스페이스 오디세이’는 AI가 인간과 소통하게 될 것임을 예언했고, 1982년작 ‘블레이드 러너’는 일찌감치 인간의 존엄성을 훼손하는 복제인간을 경고했다. 1990년 제작된 ‘백투더퓨쳐2’는 25년 후인 2015년 사회를 그렸는데, 이 영화에 등장한 평면 벽걸이 TV, 화상 전화, 지문 인식 기술은 실제로 2015년에 상용화됐다.